[차장 칼럼] 독과점, 사전예방 가능한가

입력 2023-07-27 18:26   수정 2023-07-28 00:29

독점은 악이고, 반독점은 선인가.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런 질문에 항상 같은 대답을 내놨다. ‘예스’다. 애덤 스미스가 설파한 이론에서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는 ‘도덕적으로 옳은 가격’이다. 시장이 가격 결정 과정에 모든 참여자의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최대 공동선을 달성한다는 믿음이 <국부론>의 기초다.

이런 관점에서 독점은 시장경제의 적이다. 소수의 이익만을 위한 가격결정 구조의 왜곡은 소비자 후생과 경제 전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잇따른 실패는 이처럼 당연시됐던 독점에 관한 명제에 의문을 던진다. 2021년 6월 취임 이후 리나 칸의 FTC는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등 6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중 기업결합 신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신고비용 현대화 법안’만 통과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됐다.
연전연패, 리나 칸의 무리수
폐기된 법안 중엔 요즘 한국에서도 논란인 것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예컨대 네이버 등의 e커머스 플랫폼이 각종 데이터를 축적해 자사 상품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안)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도 칸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1일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9조원)에 인수하려는 계약을 중단하게 해달라는 FTC의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칸의 빅테크 규제가 용두사미로 끝나 가는 배경엔 미·중 갈등 격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알리바바, 틱톡 등 중국의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소프트 침공’에 직면해 있는 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이와 관련해 훨씬 직설적이다.

대만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경제시대 경쟁정책 백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각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법 집행 강도를 높임(사후 통제)과 동시에 사전통제가 필요하다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으나 기존 경쟁법 이외에 다른 기준과 수단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자국 플랫폼 옹호한 대만
독점을 글로벌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독점에 대한 선악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독점 기업으로 불리는 거대 플랫폼은 끊임없이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는 것에서 그들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글로벌 플랫폼은 상품 생산자를 전 세계 수많은 소비자와 연결함으로써 확장을 실현한다. 생산자들은 끊임없이 경쟁하며 끝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최근 타임스는 독점을 사전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독점은 남들이 보지 못한 영역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결과물일 뿐이라는 논리였다.

독점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성장을 좌절시키면 오히려 기존 기술 가격을 인상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마존의 역설’이란 개념으로 FTC 위원장에 오른 칸이 ‘반독점 당국의 독점적 횡포’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현상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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